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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에 이르는 쉬운 길(2)- 알렌카의 금연지침서 - Allen Carr’s Easyway to Stop Smoking

My App Factory 2010. 1. 27.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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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을 깨는 핑계
알렌카의 책을 읽기 바로 일주일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천안에서 결혼식을 잡은 친구를 위해 결혼식 하루전 다른 친구들과 천안에서 만나 밤새 결혼하는 친구를 축하해주기로 되었습니다. 도쿄에서 서울까지 비행기로 도착하니 저녁10시즈음.. 이시간에는 고속버스도 끊어진 시간이라 어쩔수 없이 영등포로 무궁화 열차를 타러갔습니다. 사실 한국으로 출발하기전 나리타공항에서는 애저녁에 그간의 금연을 깨고 담배 사서 열심히 피우고 있었습니다. 어차피 친구들 만나서 밤새 술마시면 담배필수밖에 없으니 미리 피우자 - 라는 생각에 공항 면세점에서 담배부터 두보루 챙긴거지요. 피다 남은건 친구들 선물로 줄 생각이였구요. 공항에서부터 제 몸은 빠르게도 이전 흡연자의 몸으로 돌아와있었습니다. 금연을 깨고 다시 피는 담배는 보통 한두대까지는 목 아프고 입에 텁텁하지만 이걸 이겨내고 몇대만 더 열심히 피워주면 예전처럼 아무런 걸림이 없어지니까요.





기다렸다 피는 담배의 맛
비행기안에서 두시간정도, 공항에서 전철타러 가는 한시간 가량, 영등포까지 삼십분정도.. 서너시간동안 행여 천안가는 기차를 놓칠까봐 급하게 움직이면서도 제 머리속에는 한가지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기차타면 담배필수 있다는 생각! 이것만이 희망이고 기쁨이였습니다. 열차밖으로 흘러가는 밤풍경과 함께 피는 담배가 또 한 맛하지요. 하지만.. 정작 기차에 타고 보니 담배필곳이 없더군요... 제가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경부선을 탔었던 5년전만해도 열차 중간중간의 차량연결로에는 언제나 담배피는 사람들이 있었기에(심지어는 KTX에서도 담배피우는 사람들이 간혹 보일정도였으니 무궁화야 당연히.. ) 당연히 기차만 출발하면 맘편히 나가서 담배피울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했었습니다. 저의 큰 착각이더군요. 이젠 세상이 바뀌어!(흡연자에겐..) 열차안에서 더이상 아무도 담배를 피지않는 것이였습니다. 혹시나 싶어 몇개의 차량을 살피고 다녔지만.. 담배꽁초하나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후 열차가 천안에 도착할때까지 제 머리속은 어디서 담배를 필것인가.. 화장실에서 몰래 숨어 피는 방법, 사람들이 눈총을 무시하고 그냥 연결로에서 대놓고 피는 방법, 출입문 하나를 살짝 열고 그옆에 기대어 피는 방법등등 어떻게 하면 이 열차안에서 담배를 필것인가만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다행히 생각으로만 끝나 열차는 천안역에 도착했고, 저는 열차가 도착하자마자 역광장으로 달려내려가 담배부터 물었습니다. 친구들에게 도착했다는 연락보다 담배피는게 더 급해지는 순간이였습니다.하지만 정작 그렇게 피고싶었고 참아왔던 담배 맛은 그저그랬습니다. 내가 담배의 노예도 아니고 기껏 이것때문에 열차안에서 그렇게 맘고생하며 왔는가 하는 실망이 들 정도로 기가 막히게 맛있는 담배는 없더군요.



알렌카의 책에선 예배가 끝난후 교회 한구석에 모인 흡연자들을 보여줍니다. 그들은 서로 이런 얘기를 하지요. "예배시간동안 참았다 피는 이 한대의 담배 정말 맛있지 않습니까?", "그렇죠. 이 기막힌 맛을 비흡연자들은 모를테지요." 아마 처음 한모금은 그동안의 니코틴금단현상을 완화시켜주니 일시적으로 기분이 좋아지긴 하겠지만 두번째 부터는 그냥 평범한 담배일뿐이지요. 언제나 피워오던 담배와 별다를것 없는..



수년간의 의문
제가 결국 금연에 성공한 것은 어쩌면

계속해서 고민해 왔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 의문은 "정말 맛있는 담배가 있는가?" 였습니다. 처음 담배를 피울때는 괴로운것을 억지로 몸에 익혔던것 같습니다. 어른스러워보일려고 남들 따라하려고 등등의 이유로.. 그게 지난후 처음 몇년은 맛있는 담배가 있었던것 같기도 합니다. 제가 예전에 가장 좋아했던 담배가 필립모리스였는데 살짝 초코렛향이 나늘것을 좋아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새부턴가 그때 맛있었던 기억의 맛은 전혀 안 느껴지더군요. (불붙은 필립모리스에서 더이상 초코향은 느껴지지 않고..)



담배를 십년 넘게 피워오면서 기억도 안되는 언젠가를 기점으로 더이상 맛있는 담배는 없고 단지 독하고 목아픈 담배, 내가 평소 피는 담배, 너무 순해서 몇대를 연달아 펴도 핀거 같지 않은 담배, 단지 담배의 니코틴, 타르함량에 따른 차이만 있을뿐, 더이상 담배 맛은 없었습니다. 다른 메이커의 담배를 피워도 잠시 그때뿐 이거나 저거나 별 차이도 없어 그냥 내 목에 맞는 담배만 계속 피게 되더군요. 군대시절 휴식시간에 꿀맛같았던 담배가 만들어낸 기억인지 정말 있었던 기억인지도 더이상은 모르겠습니다. 그때 담배맛이 기억이 안 나니까요. 요즘들어 아니 몇년동안은 맛있는 담배라고는 피워본 기억이 없는데 정말 맛있는 담배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제가 성공한 금연의 핵심은 흡연자들을 관찰해보는 것이였습니다. (거울앞에서 자신이 담배 피는 모습을 봐도 별 소용이 없을것 같아서 타인을 관찰하기로 했습니다. ) 제가 정말 궁금하고 또 알고 싶었던 것은 몇시간 참았다 피는 담배가 정말 맛있는지, 타인과 교류하며 피는 담배가 정말 대화를 이끌어가기 위한 담배인지 아니면 그것조차도 담배피기위한 핑계인지(대화하며 담배를 피거나 아니면 혼자서 담배를 필때 담배가 주인지 아니면 다른것들이 주가 되는지..) 를 알고 싶었습니다. 다행히 지금 근무하는 회사의 흡연실은 휴게실과 바로 붙어있는 구조에 유리창을 통해 서로 훤히 들여다 보입니다. 휴게실에 앉아 담배피는 사람들을 관찰하기 좋은 환경이기에 자주 구경하러 갔습니다.

흡연실은 교류의 장이지요. 회사동료들과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고 그래서 더 친해지기도 하고.. 솔직히 이런 면에서 직장인에게 아쉬운 면이 있긴합니다. 특히나 남자들은.. 모.. 하지만 요즘 비흡연자들이 늘어나는 추세라 예전처럼 직장 남자들끼리의 교류라기보다는 특정 흡연자들만의 교류가 되긴 했지요. (실재로 담배 끊고 나니 같은 사무실에 있으면서도 일적인 연관이 별로 없는 몇몇 흡연자들과는 거의 대화할 일이 없어지긴 했습니다. 그래서 가끔 회사에서 심심하기도 하구요. ^^) 재미있는 것은 담배를 피면서 대화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 양쪽다 대화에 중심이 가있는 듯 하지만 대화에 집중하는 사람들일수록 손은 마치 매트로늄처럼 일정한 간격으로 입을 향해가고 있습니다. 서로 열심히 대화를 나누며 손만은 주기적으로 몸에 니코틴을 분무하는듯이 보이더군요.

일정하게 칙-칙- 하고요.

실재로 담배가 몸에 흡수되는 방식은 모든 약물중 가장 빠른 방식인 기체로 흡입됩니다.
이는 뇌에 직접 니코틴을 뿌리는 것과 같다고 합니다.



가끔은 담배피는 모습이(그분들에겐 죄송한 말이지만.. ) 정말 누가봐도 담배중독같아 보이는 분들도 있습니다.

오랜 흡연경력을 가지신.. 그리고 나이도 어느정도 지긋하신 분들중에 흡사 담배피는 모습이 산소호흡기달린 중환자같은 분들이 간혹 계십니다. 이분들은 담배피는 동안 다른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심지어는 담배와 커피를 같이 마시는 것도 싫어하시는듯 오로지 담배만 열심히 들이 마십니다. 옆에 있으면 쓰읍~ 하, 쓰읍~ 하 하는 소리가 들릴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또 이분들은 대부분 담배를 길게 피지 않습니다. 몇모금 짧게 들이 마시고는 다시 일하러 돌아가십니다. 담배피는 시간조차 아까워 열심히 담배를 빨고! 일터로 돌아가시면서 정확히 30분에서 한시간뒤에는 다시 같은 자리에서 담배를 피고 계시죠. 이분들은 담배피면서 주변 사람들과 잡담하는 모습도 거의 못 봅니다. 단지 일하다 소모된 니코틴을 잠시 보충하러 와계실 뿐입니다.


저같은 경우는 평소에 건강을 위해 물을 많이 마실려고 노력했었고 가급적이면 담배를 필때는 커피등의 음료수와 함께 피우려고 노력했습니다. 목이 마르는 걸 싫어하는 체질이기도 하구요. 밥 먹고 피는 담배가 맛있는 이유가 니코틴이 입속에 남아있는 당분과 합쳐지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비슷한 이유로 달달한 캔커피와 피는 담배가 참 맛있었습니다. 아이스크림과 피는 담배도 좋아했구요. 이건 담배가 차가울때 맛있게 느껴지기 때문이기도 하네요. (예전에 담배를 냉장고에 보관하면 니코틴이 낮아진다는 소문도 있어 한번쯤 해보신 분들 많을줄로 압니다.)




애초부터 맛있는 담배가 없었던 건지.. 아니면 이제는 제가 맛에 집중해서 피우기때문인지 결국 커피와 피는 담배는 커피맛에 연기고 아이스크림에 피는 담배는 아이스크림맛에 연기일뿐이더군요.


금연에 성공한 후 이유를 찾다가 알렌카가 이 책을 쓰게된 동기였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그렇게 어렵던 담배를 끊어버렸는데(그것도 쉽게. 어느날 갑자기) 도저히 이유를 모르겠더랍니다. 그래서 난 어떻게 담배를 끊을수 있었던 거지? 라는 의문을 거듭하며 적은 글이 금연지침서 (Stop Smoking)이라고 합니다. 저는 "나는 왜 담배를 피고있을까?" 를 열심히 고민한 결과 금단현상없이 금연에 성공하였습니다. 십년넘게(정확하게는 17년을 피웠네요.) 맛있다고 생각하며 피우던 담배가 사실 맛이 없어서 덤으로 하루에 꼬박꼬박 작지도 않은 지출까지 만들어내는게 괘씸해서 끊어버렸습니다. 이유가 있어서 끊는 담배는 금단 현상도 없더군요.


금연 이후
자주 뵙고 술자리를 가지는 옛직장상사 한분이 정말 담배를 못 끊으십니다. 알렌카의 책도 권해드리고 이런 저런 충고도 해봤지만 역시나 못 끊으셔서 요즘은 서로 담배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습니다. 그분과의 술자리에서 술김에 다시 담배를 한대 핀적이 있습니다. 예전같았으면 또다시 그길로 흡연자로 돌아갔을테지만 호기심에는 졌어도 담배에는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흡연의 체인에서 무서운 것은 한대가 다음 한대를 부르는 체인인 것처럼 순간의 실수로 담배를 입에 대었어도 다음 순간 찾아오는 또 한대의 유혹을 잠시 참아내면 금연은 지속할 수 있는것 같습니다.


제 몸속에 니코틴 악마는 아직 숨이 붙어 있나봅니다. 가끔 길을 가다 담배연기가 스쳐 지나가거나 술자리에서 옆사람이 줄창 담배를 피워대면 담배에 대한 생각이 나기도 합니다.


예전 어느 금연 사이트에서 읽은 글입니다. 어느 분이 금연한지 2년이 넘었는데 그전날 꿈에서 담배피는 꿈을 꾸셨답니다. 그러고 아침부터 부인과 아들이 아빠몸에서 담배 냄새 난다고 하더라는군요. 아마도 2년동안 몸에 숨어있던 마지막 니코틴이 이제사 밖으로 배출되는거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담배 생각이 가끔 나면 아... 내 몸속 어딘가에 아직도 니코틴이 남아있다 이제 나가는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금연하시려는 분들에게

여러가지 이유로... 내가 회사 안 그만두는 이상 담배는 못 끊을거야라던지, 이 일하려면 어쩔수 없어라든지, 스트레스때문이라던지.. 정말 그 이유에 담배가 도움이 되고 있는지 생각해보는것이 제가 권하는 금연 방법입니다. 그리고 몇번의 금연시도가 실패하셔도 계속 해서 도전하시길 바랍니다. 금연은 시도할수록 더 쉬워집니다. 처음 금연시도에서는 하루이틀 참기도 힘들던 것이 서너번 금연시도하다보면 일주일정도는 아무생각없이 참을 수 있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한가지만 더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담배를 귀하게 여기지 마세요. 무슨 얘기냐면.. 금연을 시도했거나 참았다가 담배를 필경우 참았던 만큼 더 담배가 귀중하게 생각됩니다. 담배를 억지로 참는 건 결국 실패했을때 왠지 귀중한것을 억지로 참고 있다는 생각을 자꾸 심어줍니다. 금연시도가 우습게도 자신에게 담배는 좋은것 귀한것이란 세뇌를 걸게 되는것이죠. 결국은 금연하는 시도가 우습게 보이고 왜 금연하려는 지도 잘 모르게 되더군요. 독한 마음으로 담배를 참는 것은 언젠가는 실패하는 금연방법입니다. 끊을 이유를 모르겠으면 차라리 그냥 피우시는게 낫습니다. 담배피면서 난 왜 피우고 있을까를 고민해 보시기 바랍니다. 정말 피울 이유가 없다면 끊으실수 있을겁니다. (저처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