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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배가 많이 고팠나보다....

My App Factory 2010. 9. 14. 13:28

지난주부터 직장문제로 가족과 떨어져 고시원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일요일.. 좁은 고시원 방안에서 컴터나 하고 있다가 하루종일 이러구 있는 것도 답답하여
저녁 먹고 산책이나할 요량으로 방을 나섰습니다.

고시원의 위치는 양재천옆에 있는 삼호물산 뒷편입니다.
유흥가 비슷하게 몇몇 술집, 고깃집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
식당은 거의 없거나 일요일에 장사를 하지 않더군요.

한바퀴 돌아보다 순대국집이 눈에 띄여 들어갔습니다.
병천순대 & 순대국
병천순대 & 순대국 by toughkidcst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들어설때 조금 퀴퀴한 냄새가 나긴 했지만 순대국집은 원래 그런 냄새가 좀 낫던것도 같고..
아닌것도 같고.. 근 5년만에 먹어보는 순대국이라 그냥 그런가보다 했습니다.

순대국이 나오고..
보통 순대국은 뚝배기에 펄펄 끊는 걸 가져다 줘서 땀 뻘뻘 흘리며 먹는 걸로 기억했는데
별로 뜨겁지 않은 국이 나옵니다.

원래 내장을 잘 못 먹어 건져내다.. 그냥 무심코 하나 집어먹어봤습니다.
어라.. 먹을만 하네? 그동안 식성이 바뀌었는지 내장도 맛있게 느껴지고
순대도 맛있고... 심지어는 함께 나온 양파며 풋고추까지.. 
이집 음식이 하나같이 참 맛있었습니다.  

단지.. 국이 좀 싱거운지 새우젓을 너댓 숫가락은 떠넣으니 그제사 좀 간이 맞았고...
순대를 처음 입에 넣었을때는 왠지 좀 낯설은 듯한 맛이 잠~깐 나긴 했습니다.

여하튼.. 참 맛있게 먹고 계산을 하며 주인 아저씨에게 말을 건냈습니다.

나 - "순대국이 참 맛있네요."
아저씨 - "네?!"
나 - "순대국이 맛있었다구요."
아저씨 - "네? 아.. 아아.."

왠지 무지 당황하시는 듯한 모습에... 말 건 제가 오히려 놀랬습니다.
대충 그러고 가게를 나섰는데...

맛있다고 칭찬해주는데 왜 저리 당황하는 건지.. 참 이해가 되지 않더군요.
양재천을 산책하며 천천히 생각해보니...

맛있게 먹었지만 순대는 무언가 그전에 먹어봤던 순대맛과는 많이 틀린 맛이였고..
국물은 뚝배기에 담아서 따로 끓이지도 않고 그냥 우려내던 냄비에서 퍼다 준것 같고.. 
그나마 싱거워 새우젖을 한참 집어넣고 먹었으니 결국 내 입맛에 맞춘 새우젖 국인 것이고..
특이한 재료가 들어있어 차별화된 맛을 내는 것도 아니였으니....
결국은 특별히 맛있을 요소가 없는 평범 이하의 순대국이더군요.

어쩐지... 양파 한조각, 풋고추 하나마져 너무너무 맛있더니..
결국 아침 토스트 몇쪽에 점심은 굶은 내가
너무 배가 고파 맛있게 느껴졌던 것뿐이였습니다.

어쩌면 그 순대국주인은 손님이 맛있다고 칭찬하는 게 처음이였을지도 모르겠군요.
다음에 한번 더 가보면 확실히 알겠지만.. 모험은 하고 싶지 않네요.
복잡한 기분이 드는 하루였습니다.